기념관 측은 '과다한 보수비용의 원인을 찾는 것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의 원인을 찾는 것은 중단하고 보수비용 예산을 추가확보하는 것에 더 노력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했다. 기념관 측도 두번째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느끼고, 행정처에 보수비용 예산을 추가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No"였다. 예산의 추가확보가 상당히 어렵겠다는 느낌을 주는 단호한 회답이었다. 기념관 측은 '비둘기 개체 수 문제는 우리 일이 아니'라는 마음의 장벽을 넘어 원인파악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기로 하였다.
먼저 비둘기가 기념관 주변에 모이지 않게 해 보기로 하였다. 타 기념관에서는 관광객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제퍼슨 기념관에서도 관광객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나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기념관 주변에 이를 계도하는 인원을 두어 순찰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혹시 남은 음식물이 담겨 있을 수 있는 기념관 주변의 쓰레기통 수거 주기도 단축시켰다. 이 조치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비둘기의 개체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비둘기가 기념관 주변에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기념관 측은 비둘기의 습성에 대해 스터디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도 하였다. 그 결과 비둘기는 낮에 먹이활동을 하고 밤에는 모여서 잔다, 잡식성이어서 식물성과 동물성 먹이를 모두 먹는다, 밤에 모여 잘 때는 천정이 있고 천적의 접근이 어려운 구석 같은 곳을 좋아한다, 환경이 맞으면 번식속도가 빠르다... 등등을 새로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관찰해 보니 과연 비둘기들은 기념관의 처마와 벽 모서리에 모여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기념관 측은 비둘기 똥이 왜 기념관 외벽에 많이 붙어 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비둘기가 기념관 외벽에 있지 않으면 비둘기 똥도 기념관 외벽에 붙을 일이 없을 것이다. 기념관에서는 비둘기가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그물과 구조물을 건물 일부에 먼저 설치해 시험해 보았다.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그물과 구조물들은 기념관의 외관을 심하게 해쳐서, 구석진 일부에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항의가 들어왔다. 항의가 내세우는 기념관의 존재 목적이라는 명분과 항의의 강도로 보아 건물 전체에 설치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두번째로 비둘기의 먹이가 되는 것이 있는지 살펴 보았다. 기념관 건물 주변의 조경식물 중에 열매를 맺는 식물이 있는지 조사하였고, 곤충과 벌레들이 많이 사는 환경이 있는지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열매를 맺는 식물이 일부 심어져 있는 것과 밤에 나방과 하루살이 같은 곤충들이 많은 것이 조사 되었다. 이는 기념관 측에게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제퍼슨 기념관은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했고, 기념관은 이 야경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평소에도 야간에 기념관을 비추는 조명이 충분히 밝고 많이 비춰지도록 신경을 써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밤에는 조명 주변에 나방과 하루살이들이 많이 모여들고 이를 잡아먹느라 박쥐와 올빼미가 자주 보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낮에 먹이활동을 하고 밤에는 모여서 자는 비둘기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스터디하고 조사하였으나 길이 막혔다. 조사 결과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기념관 측은 실망감으로 힘이 빠졌다.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의 확신이 점점 약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의견을 내고 조사와 조치를 계속해 갔다. 조경식물 중에 비둘기 먹이가 될 수 있는 열매를 맺는 식물에 대하여 장기적으로는 식물의 종류를 바꾸기로 했으며, 단기적으로는 열매가 맺히면 빨리 제거하기로 했다.
반전은 우연히 찾아왔다. 외부공원 청소팀과 열매를 맺는 조경식물의 열매를 제거하는 조치를 협의하던 과정에서 기념관 측은 청소팀의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념관 측은 청소팀이 청소하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문득 '야간 조명으로 나방과 하루살이가 그렇게 많이 꼬인다는데, 매일 아침의 외부청소에는 영향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공원 청소현황을 살펴보니 타 기념관보다 인력과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기는 하는데, 눈에 띌 만큼의 큰 차이는 없었다. 외벽청소로 외벽보수비용이 과다 청구되는 양상과는 대조적이었다. 외부공원 청소팀을 인터뷰 해 보니 대부분 아침에 나방과 하루살이 사체가 좀 있고 이로 인해 손이 다소 많이 가기는 하지만 할 만 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타 기념관에서도 일해 본 청소팀 인원의 인터뷰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기념관에 비해서 거미가 적어서 그 부분은 좀 편해요. 다른 기념관도 야간에 경관조명을 켜기 때문에 나방과 하루살이가 비슷하게 있어요. 그런데 다른 공원은 나방과 하루살이를 노리는 거미가 많아서 매일 아침에 새로 생긴 거미줄을 걷느라 힘들거든요."
거미가 왜 적을까? 다른 기념관과 비교해 보면 야간 경관조명의 수와 밝기는 제퍼슨 기념관이 더 많고 더 셌다. 나방과 하루살이도 더 많이 모일 것이므로, 거미가 더 많아야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거미가 적다는 것이다!
이유는 비둘기였다. 비둘기가 낮에 거미와 거미줄에 걸려있는 나방과 하루살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제퍼슨 기념관 공원에서는 거미들의 천적이 비둘기였던 것이다.
그러면 똑같이 거미와 거미줄에 걸린 나방과 하루살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기념관에서는 비둘기가 거미를 잡아먹지 않을까? 그것은 다른 기념관은 비둘기가 머물 수 있는 처마와 같은 구조가 없어서, 비둘기가 모여들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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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외벽보수비용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들은 어느정도 파악이 되어 이제 원인-결과분석을 돌려볼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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