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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

#2-2 원인-결과분석(5Why) : 제퍼슨 기념관의 고민_1

제퍼슨 기념관은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 등과 함께 미국 건국 과정과 역사적 인물을 기념하는 내셔널 몰을 이루고 있는 주요 기념관이다. 다른 기념관들처럼 제퍼슨 기념관도 아름다운 풍경과 외관으로 유명하고, 미국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제퍼슨 기념관에 문제가 생겼다. 기념관의 대리석 외벽보수비용 예산이 타 기념관에 비하여 과다하게 청구되고 있는 것이 상위 행정처에 감지된 것이다.

 

행정처에서는 처음에는 실제로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청구하는 횡령이 아닌가 의심하였다. 그래서 감사팀을 보내 조사를 진행해 보았는데, 의심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 외벽 보수를 진행한 것을 확인하였다. 없는 보수공사를 거짓으로 꾸며내어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순서로 행정처는 보수업체 혹은 자재공급회사와의 결탁에 의한 비리나 방만한 운영이 있는지 의심하였다. 외벽보수자재에 너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거나, 아니면 강도가 약한 싼 자재를 정품 자재로 둔갑시켜 납품받는 바람에 보수작업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조사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감사팀의 조사 결과 기존의 외벽 자재와 동일한 자재를 납품받고 있었고, 타 기념관과 비슷한 수준의 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보수기준도 타 기념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타 기념관에 비하여 유달리 자주 대리석 외벽을 보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기념관 측은 왜 다른 기념관보다 잦은 외벽보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념관 측은  다른 기념관보다 잦은 외벽보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고는 놀라와했다.

 

행정처에서는 감사팀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횡령이나 비리의 의심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과다한 외벽보수 예산금액을 그대로 승인할 수는 없었다. 행정처는 요청 예산안을 타 기념관 수준으로 삭감하기로 하였다.

 

이제 급해진 곳은 기념관 측이었다. 외벽보수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였으므로 다른 항목의 예산을 외벽보수에 옮겨 사용하거나, 아니면 미관을 해치고 안전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외벽보수 주기를 늦추는 수 밖에 없었다.

기념관은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다. 다만 다들 똑같이 외벽보수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기념관에 비해서 외벽보수가 자주 있다는 사실은 새로이 알게 되었으므로, 외벽보수가 잦은 원인에 대해서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자재 문제나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감사팀의 조사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그래서 여러 측면에서 다른 기념관과 비교해보니, 제퍼슨 기념관의 외부 물청소 주기가 더 잦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청소에 물도 더 많이 쓰고 있었다. 물을 많이 쓰는 이유를 알아보니 물청소의 물줄기 압력이 타 기념관과 비교하여 높고, 물청소 시간도 길었다. 물청소 작업을 수차례 관찰한 결과 확실히 물청소 때 외벽의 자재가 떨어져 나오는 등의 현상이 타 기념관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있음을 확인하였다.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았다. 기념관 측에서는 외벽 청소를 담당하는 팀에 강한 수압으로 물청소를 자주하기 때문에 외벽 보수 시기가 당겨진다는 것을 알리고, 물청소 횟수를 줄이고 수압을 낮추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기념관 측의 기대와 달리 외벽 청소팀의 답변은 "No"였다. 물청소를 자주하는 이유는 외벽에 묻은 비둘기 똥을 제거하기 위해서이고, 수압이 높은 이유도 딱딱하게 굳어 붙어있는 비둘기 똥을 벗겨내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용하고 있는 고압의 노즐도 비둘기 똥 제거를 위해서 특별히 구매한 장비라는 것이었다.  물청소 횟수를 줄이고 수압을 낮추었을 때의 결과는 굳이 외벽 청소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외벽 손상을 일으키는 물청소 횟수와 수압은 줄일 수 없었다. 기념관 측은 청소 횟수를 줄일 수 없는 이유는 이해가 되었으나 외벽보수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기대가 무너져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으므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청소의 원인이 되는 비둘기 똥은 산성이어서 염기성인 대리석 표면에서 부식을 더 심하게 일으키고 있었다. 외벽 손상의 주 원인이 비둘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기념관 측은 혹시 비둘기가 다른 기념관보다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 주변에 비둘기가 많이 보이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으례 그러려니 하고 더 생각해보지는 않았었다. 조사해보니 확실히 타 기념관보다 비둘기 개체수가 많았다.

 

기념관 측은 고민이 되었다. 과연 비둘기가 타 기념관보다 많다(정확하게는 '많이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까...? 비둘기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문제가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넘어온 것 같았다. 이 문제 해결에 함께하고 있는 기념관 구성원들 사이에서 '비둘기에 대한 일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  원인을 찾는 일은 여기서 중단하고 보수비용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더 노력하는 것이 맞다 '는 이야기도 오가기 시작했다.